보통 이집트 카이로에 여행을 오시면 고대 이집트 관련 미니어처 등의 기념품들을 구입해가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고대 이집트도 무척 멋지지만 근현대 이집트 역시 그 특유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라는 점, 알고 계시나요? 저랑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실제 존재하는 무언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끔 유머러스하게 재창조한 디자인제품들을 보면 거부하지 못하고 구입하곤 합니다. 이런 제 취향을 바로 저격한 디자인상품만을 골라서 파는 샵을 카이로에서 찾았습니다. 카이로폴리탄! 방문기를 공유합니다.

사실 지난번 신 이집트 박물관에서 빵 모양 파우치를 한 눈에 반해서 구입하게 되면서, 도대체 이 예쁜 빵파우치를 만든 곳이 어디냐! 하고 찾아보다가 이 디자인소품샵 본점을 찾아가게 되었는데요. 카이로 가든시티의 어느 주택가 두 건물 사이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저는 카이로 시내 한 가운데인 딸라아트 하릅 광장에서 매장까지 걸어갔는데, 편도 약 삼십분정도 소요되었습니다. 가는 길이 험하고, 큰 길 무단횡단도 해야하니 카이로가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시라면 우버를 불러서 가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구글맵 링크: https://maps.app.goo.gl/4MuTx4dDJhbnUfycA?g_st=ic)
Cairopolitan كايروبوليتان · 8 Dar el Shefa street, Qasr El Nil, Cairo Governorate 4272010 이집트
★★★★★ · 상점
maps.google.com


보시는 것처럼, 두 건물 사이에 프레임을 설치해서 조그맣게, 길쭉하게 만든 가게입니다.


제일 먼저 제 눈길을 빼앗았던 물건들입니다. 일단 가운데에 있는 생선부터 이야기를 해 드리면 이 생선은 이집트에서는 링가라고 불리고, 한국어로 찾아보니 청어속 생선이라고 합니다. 이집트에는 고대 파라오 시대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샴엔니씸이라는 일종의 명절이 있는데요. 이 명절의 이름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산들바람내음” 정도 되겠네요. 마치 한국의 입춘처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고, 이 날 사람들이 나일강변에 모여앉아서 훈제링가를 먹는다고 해요. 가운데에 있는 생선은 바로 그 생선 모양으로 만든 파우치입니다.
다음으로 왼쪽에 있는 약간 탄듯한 빵은 하와우시라고 해서, 저 오른쪽에 있는 에이쉬 빵 안에 고기나 야채를 넣어서 구워낸 요리를 파우치모양으로 만든겁니다. 그나저나 하와우시 진짜 맛있습니다. 오븐에다 구워내서 입에 넣고 와앙 물면 파삭 하고 빵이 부서져요.

잠깐 음식이야기로 샜는데, 빵 파우치가 각각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게 프린팅되어있어서 내 마음에 드는 그을림 디자인(?)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파우치를 지갑으로 들고다니다가 진짜로 빵을 파는 좌판을 만날때마다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 볼수록 귀엽고 마음에 쏙 들어요. 이 빵 에이쉬 발라디는 이집트음식을 드시게 된다면 어디서나 만나게 될, 이집트인들의 주식입니다.

두 번째로 제 마음을 빼앗은 택시등 모양 필통입니다. 저는 사실 카이로폴리탄 인스타그램페이지를 방문했다가 이 필통에 홀딱 반해서, 이 물건을 사야겠다는 일념으로 샵을 찾았습니다. 아랍어로 “요금” 적혀있다고 하면 되겠네요. 묘하게 옛날 느낌이 납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바로 샀어요.

얘는 살까말까 고민을 정말 많이했으나 이집트에 오래오래 있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하나 샀습니다. 노트 안쪽의 내용이나 그림은 딱히 없고요. 그냥 정말 여권모양 표지가 예뻐서 샀습니다.

25피에스타 라고 적혀있는 티켓북 모양을 패러디한 노트입니다. 요새는 간혹 50피에스타 동전이 보이고, 거의 1파운드 단위가 가장 작은 단위로 쓰이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척이나 오래된 물건의 패러디일거라고 추측합니다. 교통요금티켓인 것은 확실한데, 버스티켓인지 기차티켓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리고 중동의 대표음식으로 꼽히는 팔라펠 모양 동전지갑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는 팔라펠이라는 이름보다 따아미야 라는 이름으로 팔라펠을 팔고있더라고요. 팔라펠이건 따아미야건 맛있습니다.


그리고 담뱃갑모양의 파우치도 너무 귀엽습니다. 얘도 못 참고 사버렸어요. 저는 맥북에어 m2 13형 모델을 쓰고 있는데 여유롭게 들어갑니다.


얘도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오지 않았는데, 실제 담뱃갑 디자인을 찾아보니 저 아래에 눕혀있는 친구로 사올걸 그랬다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다음번에 가면 사와야겠습니다. 얘도 노트북파우치고, 13인치 맥북에어 충분히 들어갑니다.

얘도 사올까말까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했지만 결국 사오지 않았습니다. 예쁘긴 한데..

카이로 먼지도 담아서 팔고 있어요.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일단 팔고 있는 게 귀엽습니다. 포스기에 찍히게 해 놨을까요? 궁금.


그리고 제 취향을 너무나 저격했던 성냥갑모양 노트북파우치입니다. 앞에는 나일성냥회사 카이로공장 이라고 적혀있고, 아래에는 메이드 인 이집트 라고 적혀있어요. 뚜껑을 열면 그 옛날 그 성냥 모양대로 성냥이 그려져 있는데, 이건 안 살수가 없었습니다. 얘도 구입했습니다. 마음에 쏙 들어요. 맥북에어 m2 13모델을 넣으면 자리가 좀 남습니다만,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가서 매장을 실컷 구경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이 일하시는 팀원분들을 모시고 꽤나 여러번 다시 이 가게를 찾았습니다. 사실 가격에 비해 물건의 품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아이디어가 재밌어서 제 마음에는 무척이나 쏙 들더라고요. 이집트에서 기념품으로 이집트에서만 살 수 있는, 이집트 만의 어떤 물건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저는 이 가게를 누구에게나라도 추천할 것 같아요. 제가 사진에 미처 담지 못한 다른 물건들은 카이로폴리탄 인스타그램 @cairopolitan 에서 더 구경하실 수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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